XX월 XX일 : 처분 대상 흰색1, 검은 색2, 갈색2 ..
입양을 늘리기 위한 첫번째 작업은 "이름 붙이기"였습니다. 그 전에는 아이들의 털색을 기준으로 개체를 확인하였습니다.
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인식을 달리한다는 것이자 "관계를 맺는 것"입니다. 너와 나 사이에 관계가 생기는 것.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작은 큰 변화를 가져와 '처분' 대상을 줄이는데에 성공합니다. 물론 100% 달성은 아니지만요.
길 위의 아이들은 이름이 많을 수록 안전하다고 합니다.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 아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. 밥을 주고 얻어먹는 사이이던 종종 눈만 마주치는 사이이던 사람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거리, 이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.
그러나 최근, 길 위의 아이에게 소리내어 이름 부르는 것을 망설이게 되었습니다. 저 아이가 사람에게 친화적이 되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. 실제로 경의선 책거리 고양이 자두, 창원 고양이 두부 등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던 아이들이 처참히 희생당한 사건들이 있었기에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.
그럼에도 길 위의 아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시길 바랍니다. 비록 소리내어 부르지 않아도, 아이를 마주할 때 마음 속으로만 부르더라도 이름을 붙여주세요. 지켜봐주세요.
이름은 곧 관계가 되고, 어린왕자에게 사막여우가 말했듯이 "나는 너에게,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"가 될지도 모르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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